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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편집일자 : 2025.10.03 (금) 08:15 AM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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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빚 갚느라 못 쓴다"... 장기 고금리가 한국 경제에 드리운 '소비 절벽'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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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점심값 만원도 아까워요. 빚 갚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직장인 박모 씨(30)는 한숨을 쉬며 점심 도시락을 꺼냈다. 3년 전 '영끌'로 내 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천정부지로 뛴 대출 금리 탓에 매달 나가는 이자만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불필요한 지출은 엄두도 못 내는 박 씨의 이야기는 비단 그만의 것이 아니다. 한국 경제에 '장기 고금리(Higher for Longer)'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가계가 지갑을 굳게 닫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은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소비 절벽' 현상을 가속화하며 경제 활력마저 꺾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빚의 굴레: 이자 부담에 짓눌린 가계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 신용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막대한 빚이 고금리와 맞물려 실질적인 소비 여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5~7%대에 머물면서, 지난 2020년 팬데믹 시기 2~3%대 저금리에 빚을 냈던 가구들은 월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 이상 늘어난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청년층과 자영업자들은 더욱 심각하다.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 때 받은 대출 이자도 버거운데, 매출은 줄어드니 가게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손님들도 지갑을 열지 않아 악순환"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가계의 고정 지출 중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외식, 의류, 문화생활 등 선택적 소비는 물론, 필수 소비마저 줄어드는 양상이다. 통계가 말하는 '소비 절벽'의 현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더불어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기준치 100을 밑돌며 비관적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 위축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오랫동안 지속될 고금리 기조가 가계의 재정 상태를 만성적으로 압박하고, 이는 기업의 투자 위축과 고용 둔화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 당국의 딜레마와 향후 전망 정부와 한국은행은 가계 부채 증가세 억제를 위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내수 침체를 더욱 심화시키는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금리차로 인한 환율 불안정 또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상황에서 가계 부채 관리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소비 심리를 살릴 수 있는 미시적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며 "가계의 소득 증대 방안과 함께 취약 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맞춤형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빚 갚느라 쓸 돈 없는 서민들의 지갑이 다시 열릴 때, 한국 경제의 그림자도 걷힐 것이다.

-기자-